아르헨티나의 중부 도시 코르도바(Córdoba)는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와는 또 다른 문화적 결을 지닌 예술 도시입니다. 유럽의 탐미주의 화풍, 라틴 아메리카의 정열적 리듬, 청년 예술가들의 실험적 공간이 공존하며 도시의 정체성을 구성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탐미주의화풍’, ‘거리탱고’, ‘독립카페갤러리’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코르도바의 감성적 예술 세계를 안내합니다.
코르도바 예술 기행, 탐미주의 화풍
코르도바는 아르헨티나 내에서도 철학과 예술의 도시로 불릴 만큼 인문 예술 활동이 활발한 지역입니다. 특히 20세기 초 유럽의 ‘탐미주의(Aestheticism)’와 상징주의 화풍은 코르도바의 회화 예술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에밀리오 카라파 미술관(Museo Emilio Caraffa)’은 지역 출신의 대표적 탐미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전시가 열리며, 인간의 내면과 꿈, 상징, 감각을 주제로 한 회화들을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미술관에서는 구스타보 플라스티나(Gustavo Plástina), 마르타 팔라시오스(Marta Palacios) 등 아르헨티나 화가들의 작품과 함께, 유럽 상징주의 화가들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코르도바의 회화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 정서와 철학, 감정의 층위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으며, 이는 도시 전반의 예술적 정서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곳의 미술관들은 방문자에게 단순히 ‘보는’ 경험을 넘어, ‘느끼고 해석하는’ 시간을 제공하며, 탐미주의가 지향하는 예술의 감각적 깊이를 체험하게 합니다.
길 위에서 울리는 예술, 거리탱고와 퍼포먼스
탱고는 아르헨티나의 영혼이며, 코르도바는 그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다양한 거리 예술로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특히 ‘플라사 산 마르틴(Plaza San Martín)’과 ‘카날레스 거리(Canales Street)’는 거리탱고 공연이 자주 열리는 공간으로, 무대가 따로 필요 없는 살아 있는 예술 현장입니다. 거리탱고는 공연 예술이자 일상과 연결된 소통의 방식으로, 현악 4중주, 아코디언(반도네온), 보컬, 그리고 무용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코르도바의 거리 예술가들은 클래식 탱고를 넘어서 전자음악, 재즈, 힙합 등의 장르와 혼합해 새로운 감성의 퓨전 탱고를 선보이며,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코르도바 주립대학교 인근의 젊은 예술가 거리에서는 비보잉, 퍼포먼스 아트, 라이브 페인팅 등과 함께 탱고가 함께 어우러지며 도시 전체가 열린 예술 무대가 됩니다. 이러한 거리 예술은 코르도바의 예술 정신을 상징하며, 예술이 특정 공간에 갇히지 않고 대중과 호흡하며 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예술과 커피가 흐르는 공간, 독립 카페 갤러리
코르도바의 독립 카페들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서 예술과 문화를 공유하는 현대적 살롱 역할을 합니다. 이곳의 카페들은 대부분 소형 갤러리를 겸하며, 지역 작가들의 회화, 사진, 일러스트, 수공예품 등을 전시·판매합니다. ‘Café del Alba’는 지역 아티스트들의 정기 전시가 열리는 북카페 겸 소규모 갤러리로, 인문학 서적과 예술 서적, 독립 출판물이 잘 구성되어 있어 예술가와 관객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Panicafé’는 모던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와 함께 다양한 창작물 전시가 이루어지는 디자인 감성 카페로, 비정기적으로 음악 공연과 워크숍도 열리며 다층적인 예술 플랫폼 역할을 합니다. 또한 ‘Brunchería Cultural’은 젊은 작가와 디자이너들이 협업하여 만든 공간으로, 팝업 전시와 창작 마켓, 독립 출판 행사 등이 자주 개최됩니다. 이러한 카페 갤러리들은 예술의 접근성을 낮추고, 창작자에게는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관람객에게는 일상 속에서 예술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코르도바의 커피 문화는 곧 예술 소비의 문화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결론: 철학과 감성, 삶과 예술이 만나는 코르도바
코르도바는 탐미주의 회화의 깊이, 거리탱고의 정열, 감성 카페의 따뜻함이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이곳의 예술은 삶 속에서 감각을 일깨우고, 철학적 사유를 자극하며,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코르도바 예술기행은 일상의 깊은 결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진정성 있는 문화 여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