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는 천 년의 역사를 품은 도시이자, 깊고 조용한 예술 감성을 간직한 곳입니다. 전통 공예의 손맛이 살아 있는 수공예마을, 베트남 고유의 정서가 담긴 전통악기 문화, 그리고 젊은 창작자들이 모여드는 독립 갤러리까지. 하노이는 과거와 현재, 민속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예술 도시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수공예마을’, ‘전통악기’, ‘독립갤러리’를 중심으로 하노이의 감성 예술 여행을 안내합니다.
하노이 감성 예술 탐방, 손으로 완성되는 예술, 수공예마을
하노이 주변에는 수백 년 동안 전통을 이어온 수공예마을들이 존재하며, 이곳은 베트남 예술의 뿌리가 살아 있는 공간입니다. 대표적인 곳은 ‘바짱(Bát Tràng)’ 도자기 마을입니다. 이 마을은 리 왕조 시대부터 이어져 온 도자기 생산지로, 현재도 수많은 장인이 수작업으로 도자기를 빚고 유약을 입히며, 전통 기법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마을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도자기 굽는 가마와 전통 패턴을 그리는 장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관광객도 체험형 워크숍을 통해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떤록(Vạn Phúc)’ 실크 마을은 하노이 중심에서 약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베트남 실크의 고장으로 유명합니다. 실크 짜기, 염색, 자수 등의 공정을 직접 볼 수 있고, 아름답고 섬세한 전통 문양은 예술적 감성을 자극합니다. 하노이의 수공예마을은 단순한 제작지가 아닌, 예술적 전통과 일상, 공동체가 결합된 공간입니다. 느리고 섬세하게 완성되는 손의 예술은 기계화된 시대에 더욱 큰 울림을 전합니다.
소리로 전하는 전통, 베트남 악기문화
하노이 예술의 또 다른 축은 바로 전통악기와 음악입니다. 베트남의 음악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북부의 하노이는 유교적 영향 아래 고전음악과 궁중음악이 발달했으며, 이를 표현하는 다양한 전통악기가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악기로는 단 바우(Đàn bầu)가 있습니다. 이 악기는 단일 줄로 구성되어 있으며, 연주자가 손과 막대를 이용해 미묘한 음색의 떨림과 슬픔을 표현합니다. 단 바우의 소리는 베트남 전통 정서인 ‘서글픔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상징하며, 듣는 이의 감정을 깊게 울립니다. 그 외에도 단 찬(Đàn tranh, 16현 가야금), 단 응윅(Đàn nguyệt, 월금), 단 고(Dàn cò, 양금) 등 전통 현악기들이 하노이 국립극장, 박물관, 예술대학 등을 통해 보존되고 전승되고 있습니다. ‘하노이 전통음악극장’에서는 매주 정기적으로 전통악기 공연과 함께 무용, 노래, 인형극이 결합된 종합 예술 공연이 열려, 베트남 전통예술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하노이의 전통음악은 단순한 민속이 아니라, 시대를 건너 살아남은 감성 예술이며, 오늘날에도 현대작가들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예술로 재창조되고 있습니다.
신진 예술의 장, 하노이 독립갤러리
하노이는 고유의 전통을 지키는 도시인 동시에, 동남아시아 현대예술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시내 곳곳에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갤러리와 복합문화공간들이 생겨나며, 신진 작가들의 발표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Manzi Art Space’는 카페와 갤러리가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진, 회화, 설치미술뿐 아니라 문학 낭독, 토론회, 영화 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전시 작품들은 베트남 사회와 청년의 정체성, 문화적 갈등 등을 주제로 한 비판적이고 감성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 단순한 감상을 넘어 관객과의 소통을 유도합니다. ‘Nhà Sàn Collective’는 하노이에서 가장 실험적인 아티스트 그룹 중 하나로, 급진적 현대미술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전시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베트남 현대예술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그 외에도 ‘VICAS Art Studio’, ‘Á Space’, ‘Matca’ 등은 각각 사진예술, 뉴미디어, 복합장르에 초점을 맞춘 독립공간으로, 국제 교류와 함께 창작의 실험장이 되고 있습니다. 하노이의 독립갤러리는 대규모 기관과는 달리 유연하고 개방적인 분위기 속에서 예술가와 관람객이 자유롭게 연결되는 장소입니다. 도시의 변화와 감성이 가장 빠르게 반영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결론: 전통과 창작이 어우러진 감성 도시, 하노이
하노이는 전통 수공예의 손맛, 마음을 울리는 전통악기 소리, 그리고 현대적 감성의 독립예술까지 모두 담고 있는 예술 도시입니다. 이곳에서의 예술은 느리고 깊으며,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 손과 마음이 만나는 예술기행을 원한다면, 하노이는 당신의 감성을 정돈해줄 완벽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